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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덕질기/문장수집22

3번째 읽지만 매번 달랐 던 <데미안> - 헤르만 헤세 기독교의 영향이었을까?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칭찬 중독자였을까? ‘싱클레어’처럼 유년기의 대부분의 시간을 스스로 억압하면서 지냈다. 선악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내게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서 종교와 부모님의 시선으로 판단했을 뿐 나의 목소리로 해설해내는 능력을 키우지 못했다. 늘 타인의 목소리로 나의 행동을 재단했고, 무엇이 착한지도 모른 채 착하게 살려고 애썼다. 내 속에서 생기는 불순한 의심들로 인해서 매번 죄책감에 시달렸다. 누군가가 나의 내면을 알아챌까 봐 두려웠고, 일기를 쓰거나 글쓰기를 해서 내 내면을 들어내는 게 무서웠다. 내면조차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부단히 애쓰면서 그러지 못하는 내 모습을 늘 혐오하며 살았다. 삶이 너무 버거웠고, 그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2021. 10. 10.
초보 식물 집사가 시행착오와 윤리적 고민 끝에 『아무튼, 식물』에서 위로를 얻다 식물 키우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초보 식물 집사가 된 나는 작은 화분 하나를 들이며 설렘을 느꼈지만, 곧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마주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내 마음엔 뜻밖의 윤리적 고민까지 생겨났다. 그리고 우연히 읽게 된 **『아무튼, 식물』**이라는 책을 통해 비로소 위로와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초보 식물 집사의 식물 키우기 시행착오처음엔 집 안 분위기를 위해 예쁜 식물을 들였지만, 물 주는 일을 자꾸 깜빡해서 식물을 시들게 하곤 했다. 부모님이 가꾼 정원을 바라보기만 했지 내 손으로 식물을 돌봐본 적은 없었기에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도 꾸준히 노력하니 일주일에 한 번 물 주는 식물 키우기 루틴이 서서히 자리를 잡았다. 몇몇 식물은 그 사이 견디지 못하고 떠나보내기도 했지만,.. 2021. 3. 22.
농담처럼 살아 돌아온 한 사람 – 『살고 싶다는 농담』 허지웅 서평 나는 지난 12년 간 허지웅의 글을 읽어왔다. 20대의 『대한민국 표류기』, 30대의 『버티는 삶에 관하여』와 『나의 친애하는 적』, 그리고 40대의 『살고 싶다는 농담』. 그는 각 시절의 자신을 치열하게 관찰하고 기록해왔고, 나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질투했다.정작 나는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좋아한다고 말할 자격이 없을 것 같았고,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에 아무것도 쓰지 않는 멍청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야 안다. 그 긴 시간 동안 꾸준히 글을 쓰고 결과물을 내온 세월의 무게를.삐딱하다고 느꼈던 시선, 방송 속 그의 이미지에 내가 불편해했던 건 사실 나 자신의 이중성을 투사했던 탓이기도 하다. 나는 평가하는 자리에 앉아 가면을 쓰고 칼날을 휘둘렀다. 사회를, 타인을, 그리고 나 자신을.『살고 싶다.. 2021. 2. 15.
너는 이미 알고 있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치즈코 “너는 이미 알고 있다 –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무의식 속 혐오를 꺼내 마주하는 시간, 우에노 치즈코의 날카로운 통찰.이 책은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 깊은 거울이었다.나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앞에서 오래도록 눈을 돌렸다. 관심 없다는 말 뒤에는, 사실은 알고 싶지 않은 내 욕망과 태도에 대한 회피가 숨어 있었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는 그 회피를 무너뜨리고, 나 자신에게 내재된 여성 혐오와 남성 의존적 사고를 직면하게 했다.책은 여성 혐오를 단순히 남성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문화의 문제이고, 구조의 문제이며, 결국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스며든 오래된 관성이다.『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치즈코 – 자기 내면에 내재된 여성혐오와 타자화의 메커니즘을 들여다본다. 약자를 차별하는 구조 속에.. 2021. 2. 4.
세월호와 예술가들 <오직 두 사람> 김영하, <바깥은 여름> 김애란 동시대에 비슷한 나이 때의 작가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건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과도 같다. 내게 김애란은 혼자만 몰래하고 있던 나의 고민을 후벼 파서 나를 겁에 질리게 만드는 친구이다. 일기장에나 끄적이던 생각과 감정들을 기어이 끄집어내어 명확한 문장으로 나에게 들이밀어 내가 후지고 평범하다는 걸 인정하게 만들었다. 김영하는 그닥 동의는 안 되지만 늘 흥미로운 걸 가져다주는 친구이다. 은 장편 소설인 줄 알았는데, 몇 년 간 이곳 저곳에서 발표한 단편 모음집이었다. 이 책을 구입할 때 김애란의 도 함께 구입했는데, 김애란의 소설을 먼저 읽고 김영하의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 수록된 작품이 ‘오직 두 사람’ 이었다. 소수 언어를 가진 사람들에 관해서 언급이 있길래 김애란의 ‘침묵의 미래’ 라는 작품.. 2021. 1. 28.
영어 공부의 근간을 흔드는 영어 유창성의 비밀 <플루언트> 플루언트 - 조승연한국인들처럼 오랜 시간 영어 공부에 돈과 시간을 많이 쓰는 민족도 없을 것이다. 토익은 만점인데 대화를 못한다는 사람도 흔하다. 토익을 잘 하는건 문제를 풀기위한 기술을 잘 암기했을 뿐사실 영어로 생각하고 말하는 공부를 한 건 아니다. 이 책은 영어에 대해 막연히 느꼈던 나의 접근법이 옳았다는 확신을 준 책이다. 내가 수능을 준비하던 시절에 는 책이 유행을 했었다. 이 책도 영어를 암기가 아니라, 어린 아이들이 말을 배우고 글을 학습하는 과정에 따라 공부하라는 취지의 책이었다. 귀가 트일때까지 같은 대화를 반복해서 듣는 것 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말을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 동안 듣기만을 통한 축적이 과정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능 공부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 2021. 1. 21.
이렇게 쉽게 시나리오를 쓸 수 있다면 <복안의 영상> 복안의 영상 - 하시모토 시노부 같이 일했던 시나리오 작가 출신 감독의 추천으로 본 책인데, 시나리오 작가로 살아가는 것과 ‘구로사와 아키라’라는 거장의 흥망성쇠를 옆에서 지켜본 자의 고백(?)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었다. 그가 나에게 이 책을 권했을 때는 제목처럼 두 명의 시선에서 더 완성 높은 영화를 만들자는 의도였겠지만 결국은 자발적으로 성실히 일하는 노예가 필요했을 뿐이다. 내가 써낸 장면들에 관해서 블라인드로 선택을 받았지만, 결국 자신이 쓴 장면보다 내가 쓴 게 낫다는 평가가 기분이 나빠서 그는 결국 선택하지 않았다. 한 개인의 평생의 작업에서 늘 최고치가 있다면 추락의 순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는 거장의 추락을 지지하지 않는다. 사회가 전혀 실패의 관용을 주지 않으니 .. 2021. 1. 19.
'낙태죄 폐지' 출산정책의 그늘 <개구리> 모옌 개구리 - 모옌 영화 일을 하면서 조선족 중국인 친구를 만났다. 그는 중앙대학교를 졸업했으며, 한국 남성과 결혼을 했고, 한국 국적은 취득하지 않았다. 내가 막연히 생각하던 조선족과는 전혀 달랐다. 아니 어쩌면 나 와 같은 매체를 통해서 조선족에 관해서 끝없는 혐오와 차별을 학습받아왔는지도 모르겠다. 그 친구와 여러모로 대화가 잘 통했고, 그를 통해서 내 편견을벗어나 보고싶었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궁금했고, 중국어도 배워보고 싶었지만 '한자'의 압박에서 아직 시작은 못했다. 그가 나에게 ‘모옌’이라는작가를 소개시켜 주었다. 그는 201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 했고, 그의 작품 중 은 장이모우 감독의 의 원작 소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작품은 1988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중국.. 2021. 1. 19.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날 권리 <19호실로가다> 도리스 레싱 19호실로 가다 - 도리스 레싱 드라마를 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고, 그 속에서 등장했던 책이라 내내 읽어야지 하다가 뒤늦게 보았다. 책은 노벨문학상 수장 작가 도리스 레싱의 단편소설을 엮은 것이다. 페미니즘의 고전이라고 하지만, 나는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중에 표제작이 된 와 가 가장 인상 깊었다. 는 결혼 제도에 순응하며 자신의 자유의지를 모두 포기한 전업주부의 이야기이다. 얼마 전 보았던 가 타인의 기대에 맞추어 순응하며 살았던 한 남성의 허망한 자기 고백이었다면, 는 누가 봐도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을 가꾸던 수잔의 자기 결정권이 없는 상태의 불행을 말한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전업주부가 느끼는 고통을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 2021. 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