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이미 알고 있다 –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무의식 속 혐오를 꺼내 마주하는 시간, 우에노 치즈코의 날카로운 통찰.
이 책은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 깊은 거울이었다.
나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앞에서 오래도록 눈을 돌렸다. 관심 없다는 말 뒤에는, 사실은 알고 싶지 않은 내 욕망과 태도에 대한 회피가 숨어 있었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는 그 회피를 무너뜨리고, 나 자신에게 내재된 여성 혐오와 남성 의존적 사고를 직면하게 했다.
책은 여성 혐오를 단순히 남성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문화의 문제이고, 구조의 문제이며, 결국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스며든 오래된 관성이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치즈코 – 자기 내면에 내재된 여성혐오와 타자화의 메커니즘을 들여다본다. 약자를 차별하는 구조 속에서 내가 간직한 편견과 윤리의식을 되묻는 책.
1. 호색한과 여성 혐오문학과 미디어 속 '바람둥이'는 왜 호감을 얻는가? 저자는 그것 역시 여성 멸시의 또 다른 방식이라 말한다. 그들은 여성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성별의 특정 기호에 조건반사하는 것뿐이다. 여성에게 내재된 자기혐오 역시 이 구조의 일부다.
2. 호모소셜, 호모포비아, 여성 혐오남성들 간의 연대가 강간이라는 극단적 형태로 나타나는 전시 상황. 발기를 통해 '진짜 남자'임을 증명해야 하는 병리적인 구조. 차별은 타자화를 통해 동일화를 얻으려는 욕망의 산물이라는 설명은 충격이면서도 납득이 간다.
3. 성녀와 창녀의 분단 지배여성끼리의 연대를 막는 구조. 성녀는 창녀를, 창녀는 성녀를 비난하며, 여성은 여성 안에서 다시 분열된다. 이 이분법은 지배의 도구일 뿐이다.
4. 비인기남과 여성 혐오2016년 강남역 사건을 떠올리게 한 챕터.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아가는, 여성 혐오가 얼마나 교묘하게 작동하는지 보여준다.
5. 여성 혐오와 호모포비아남성다움 증명은 여성에 대한 혐오로, 동성애 혐오로 확장된다. 남성성 유지를 위한 혐오의 도구화.
6~13. 황실, 예술, 근대, 학교, 어머니, 딸수많은 구조 속에서 여성은 동일한 차별을 당하지만, 서로 연대하지 못하게 구조화되어 있다. 심지어 어머니와 딸, 여성끼리도 타자화를 통해 자신을 지키려 한다.
14. 여성의 여성 혐오엘리트 여성 혹은 '추녀 전략'을 통해 여성 혐오로부터 도피하거나 전가하려는 구조. 탈코르셋 운동의 내분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15~16. 극복 가능성이 모든 혐오와 차별은 인류 역사 속 권력의 기제다. 저자는 말한다. 존재 그 자체로 인간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나는 그 문장 앞에서 겸허해졌다.
인간은 누구나 상처를 입는다. 누구나 자기혐오를 경험하고, 그걸 누군가에게 전가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법을 익히는 것, 타인을 나와 같은 인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는 나에게 말한다. "너는 이미 알고 있다. 이제 외면하지 마라."
부디 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 타인의 얼굴을,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하길 바란다.
📕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 우에노 치즈코

일본 페미니즘의 거장 우에노 치즈코의 문제작. 여성 혐오의 구조를 해부하며, 나 자신 안의 혐오와 맞서는 길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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