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사와 아키라 - 자서전 비슷한 것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읽는 인간 구로사와 아키라의 삶과 영화 이야기"
제목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영화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에 품고 있는 감독의 자서전이 나왔다.
박찬욱 감독은 '추천사 비슷한 것'이라고 서문을 남겼다.
'구로사와 아키라'는 자서전을 내면서도 '자서전 비슷한 것'이라고 살짝 비켜섰다.
세계적인 감독들이 모두가 칭송하는 거장이었지만 나 처럼 살아라고 함부로 조언하지 않았고,
매일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느낀점을 자신의 한계와 약점까지도 숨김없이 담았다.
어쩌면 그의 그런 태도가 그를 더 오래도록 기억하게 만드는 힘인 것 같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 가운데 정말 자기만의 시각으로 독자적인 그림을 그린 사람은 사실 얼마 되지 않았고,
대부분은 억지로 꾀를 내고 기교를 부린 데 지나지 않았다.
누구의 작품인지는 잊었지만 이런 시가 있었다.
[빨간 것을 그 자체로 빨갛다고 말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그것을 그 자체로 말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어느새 만년이었다.]
정말 맞는 말이다. 젊을 때는 자기현시욕이 지나쳐서 오히려 진정한 자기를 잃는 사람이 많다.
나 역시 억지로 꾀를 내서 그림을 그린 뒤, 그 그림에서 드러나는 과시욕에 자기혐오를 느꼈다.
그로부터 점점 내 재능에 자신감을 잃어가면서 그림을 그리는 일 자체가 고통스러워졌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특별히 강하지도 않고 특별히 재능이 많은 것도 아니다.
나는 약점을 보이는 게 싫은 사람이고, 그저 남에게 지기 싫어서 노력하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그뿐이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게 간단히 자신만의 눈을 가질 수 없는 게 당연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젊었던 그는 그게 불만스럽고 불안했다.
어떻게든 자신만의 시각을 가지고 싶어 안달할 뿐이었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내 일기장을 보는 기분이들면서 한 편으로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글을 써준 그가 고마웠다.
전후 일본은 ‘언론의 자유’라는 말이 오르내리며 유명인에게 가해지는 악랄한 기사가 난무했다.
40대 청년이었던 구로사와는 격분했다.
그는 이런 일을 개선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나서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추문>을 만들었다고 썼다.
그 결과는 그의 우려대로 무력한 저항에 그치고 말았고, 그는 다시 한 번 더 강력한 <추문>을 만들고 싶다고 썼다.
그가 느낀 울분을 보면서 전혀 달라지지 않은 한국의 현실에 마음이 쓰렸다.
1950년 그의 나이 41세에 만들어진 영화의 시대에서 70년이나 흘렀는데,
아직도 우리는 ‘OO의 정조를 빼앗은 것은 누구인가?라는 제목보다 더한 낚시성 기사들이 난무한다.
이제는 그게 낚시성 제목인 걸 알지만, 피해자들을 구경거리를 만드는 언론 포르노 환경은 더 공고해지고 있다.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에 이르기까지.. 권력에 의한 성차별을 받아온 피해자들은 사라지고,
가해자가 존경받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피해자에게
2차, 3차 가해가 이루어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나 또한 그냥 침묵하고만 있었다.
책을 읽고 무언가 깨달음을 얻었다면 실천을 해야한다.
그 과정이 공부이다.
그간 많은 책을 읽었지만 내 삶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건 내가 공부를 하지 않고,
그냥 눈 운동만 한 것이다.
더 이상 불합리한 상황에 침묵하지 않기로 다짐해본다.
내 안의 목소리를 밖으로 끄집어 내어 글로 남기는 삶을 살 것이다.
좀 더 다듬어진 형태의 목소리는 '카카오브런치' 플랫폼에 쓸 예정이고,
읽고, 듣고, 보고, 사고, 쓰고, 경험하면서 가볍게 권하고 싶었던 것들은 '티스토리 블로그'에 쓰기로 한다.
어쨌든 꾸준히 기록으로 남기는 인생이 '불멸의 삶'이라는 깨달음과 함께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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