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 신예희
요즘은 기승전 ‘주식’이다.
많은 것을 사고 모은 그도 결국은 주식을 했다.
이 책은 수많은 물건을 사들이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취향을 발견해나가는 사람의 에세이다.
그 와중에 혼자 사는 여자가 결혼 자금도 모으지 않고, 이것 저것 구매하는 걸로 눈치를 본다는 에피소드를 보면서 엄청 공감했다.
아니, 왜 자신이 피땀 흘려 번 돈을 스스로를 위해 쓰는 걸로 이 사회는 그렇게들 눈치를 줬을까?
이젠 현대인의 필수품처럼 되어버린 커피로 10년 전에는 '된장녀'라든지 '김치녀'라든지 이런 모욕적인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었다.
저자는 직접적인 '여성험오'에 관한 말을 하지 않았지만, 한국의 여성은 그런 혐오의 그늘 아래 소비를 하면서 눈치를 보고 산다.
그 와중에서도 꾸준히 자신을 알고, 취향을 발견하기 위해 돈을 들이고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해 준다.
사실 내 소비를 관찰하는 건 자신을 알기에 가장 쉬운 도구이다.
소비를 계획적으로 하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다. 모두가 감정적인 이유로 소비를 하면서 살기 때문에
내가 물건을 들인 이유를 알면 나의 욕망과 마음 상태를 더 잘 알 수 있다.
물건에 관한 취향이 좋다는 건 결국은 많은 돈을 지불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요즘에는 취향이 돈이 된다.
그 사람의 시행착오 경험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취향이 돈이 되면서 특정 개층의 소비 패턴에 관한 혐오의 목소리가 쑥 들어갔다.
요즘은 오히려 경기 부양을 위해 '욜로족' 이라든지 '소확행' 이라든지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개인의 소비를 부추긴다.
어쨌든 이 책은 탁월한 깨달음이나 자아성찰 없이
자신이 소비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들만 꾸준히 쓰고도 책이 되는 걸 알게 해 준 책이었다.
책만 보면 많은 영감을 주는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없지만,
책이 마케팅되고 판매되는 걸 지켜보면서
잘 쓴 글이 아니라도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기록으로 남기면
그 뒤는 결국 제목과 마케팅의 영역이라는 걸 절실히 깨닫는다.
그러니 뭔 대단한 작품을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부터 버리자.
너무 잘 쓰려 애쓰지 말고, 꾸준히 브런치에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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