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급자족 탐구생활/텃밭일기

씨앗에서 계절이 자라는 곳 – 양평 텃밭일기 1편

by 비가니즘 2025. 5. 3.

월동 작물, 모종, 파종, 그리고 물주기까지

어느새 5월이다. 양평에 살기 시작한 이후로 계절은 달력보다 텃밭을 통해 먼저 느껴진다.

봄이 와서 바쁘게 손을 움직였던 시간이 어느덧 지나고, 이젠 조용히 작물들이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이 많아졌다.

4월 8일, 아직 서늘한 기운이 감돌던 텃밭에서 비트와 레디쉬, 열무와 

미니 양배추, 파, 깻잎, 청상추, 청경채, 루꼴라, 시금치, 작두콩과 그린빈스, 

피클오이, 파슬리와 딜, 그리고 오레가노 씨앗을 뿌렸다. 

작은 씨앗을 흙에 심고 흙을 살짝 덮을 때면, 늘 신기한 기대감이 찾아온다. 

이 작은 씨앗이 정말 자라날까? 매년 텃밭일을 시작할 때마다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도, 

결국엔 씩씩하게 싹을 틔워 주는 씨앗들 덕분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5월 2일 구입한 모종들

5월 2일, 모종 시장에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청양고추, 오이고추, 가지, 방울토마토, 오이, 애호박, 작두콩, 미나리, 바질, 고수, 이탈리안 파슬리, 생채, 로즈마리까지 한 아름 들고 와서 텃밭에 심었다. 

파 새싹, 시금치 새싹

 

청상추 새싹, 열무 새싹

4월에 파종한 것들 중에 파슬리, 딜, 오레가노가 싹이 나지 않았다. 씨가 무척 작아서 흩뿌리듯 뿌렸는데 바람에 날아간 걸까.. 새들이 쪼아 먹었나.. 아, 작두콩과 그린빈스도 하룻밤 불리고 파종했는데 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발아까지 해서 심어야 하는 것 같다. 

든든한 텃밭지기

남편은 늘 텃밭에 힘쓰는 모든 일을 도맡아 준다. 밭을 갈고 퇴비를 주고 물도 열심히 준다. 처음엔 조금 서툴고 귀찮아하던 그가 이젠 나보다 더 세심하게 물줄기를 살피는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3년째 우리와 함께하는 오래된 친구들도 있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차이브와 부추는 마치 언제나 봄이었던 것처럼 싱싱하게 올라오고, 애플민트와 라벤더는 이젠 텃밭의 한쪽을 제 집 삼아 번져가고 있다. 그리고 처음에는 월동이 어렵다고만 여겼던 아스파라거스와 청무화과 역시 우리 집 땅이 좋은지 벌써 3년째 월동을 하며 손끝만큼씩 자라고 있다.

월동한 부추, 차이브, 애플민트
3년차 된 아스파라거스, 청무화과



텃밭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건 잡초와의 싸움이지만, 올해는 잡초도 친구 삼아 멀칭용으로 잘 사용하고 있다. 잡초를 뽑아 작물 주변에 덮어주는 일은, 힘은 들지만 묘한 만족감을 준다. 잡초마저도 의미가 있다니, 이보다 더 좋은 텃밭의 교훈이 있을까.

이제 다시 한 번 시작된 텃밭의 계절이 기대된다. 

비효율적 일지 모르지만, 이 작은 텃밭에서 얻는 소박한 기쁨이 일상의 커다란 행복임을 다시금 느낀다.

2025년 봄 텃밭 작물 배치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