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집에만 있으니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인스타 피드를 하릴없이 넘기다가 화려한 색감의 천과 알록달록한 실로 투박하게 엮은 옷을 보게 되었다.
'복태와 한군'이라는 뮤지션이 운영하는 '치앙마이' 소수 민족의 방식으로 만드는 바느질 수업의 결과물들이었다.
수업을 듣고 싶었는데, 이미 지난여름에 끝났다는 걸 알고 속상했다.
그렇게 잊고 있었는데,
구글의 알고리즘 덕분에 클래스 101 에서 치앙마이 바느질 수업을 오픈하기 전에
사전 수요 조사를 하는 걸 알게되었다.
홀린 듯이 응원 버튼을 누르고 클래스가 열리길 기다렸다.
클래스 수요가 성공적으로 모인 듯했고, 얼리버드로 할인받아서 결재하고 클래스가 오픈하길 학수고대하며 기다렸다.
살면서 이렇게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열정을 불태운 적이 있었던가?
한 달(?) 정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수업 재료가 집에 도착을 하였다.
수업을 신청하면 수업에 사용되는 천과 바늘 각종 부자재를 추가로 신청할 수 있다.
나는 가위와 쪽가위 바늘함이 없는 기본 패키지를 신청하였고,
천연염색 실만 10개를 추가로 구매하였는데, 처음 실을 받아보고 실을 더 많이 안 사둔 게 살짝 아쉬웠다.
5-6개월 정도 무한으로 동영상을 시청 할 수 있고,
부자재 가격까지 계산하면 353,100원의 가격이 결코 비싸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정말 좋았던 게 바느질하면서 들을 수 있는 음악과 함께 마실 커피 드립백이었다.
그들의 세심함이 좋았고, 온 마음을 다한 배려가 가상의 세계를 넘어 내 마음으로 전해졌다.
음악은 QR 코드로 들을 수 있게 제공되었고, 디제이 한군의 믹스 셋과 맛있는 커피로 바느질하는 동안 정말 즐거웠다.
한 달 간 수업을 따라가며 부지런히 바느질을 했고, 드디어 모든 수업이 끝났다.
마지막에 스승님들이 뮤지션이라 노래 부르는 클립도 올려줬는데.. 너무 아쉬워서 울컥했다.
오프라인에서 못 만나서 아쉬웠고, 온라인이라 계속해서 돌려 볼 수 있어서 한편으론 좋았다.
스승님의 말처럼 언젠가 우연히 옷을 입고 지나가다 마주쳤으면 좋겠다.
내 손엔 가방 3개, 로브 1개, 원피스 1개, 재킷 1개가 완성되어 남았다.
인도천으로 만든 로브는 사진을 남기기도 전에 친구한테 선물을 주는 바람에 사진으로 남기질 못했다.
살면서 정말 유용한 손기술을 배울 수 있었고,
수업 내내 말씀하신 '치앙마이정신'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스승님이 삐뚤삐뚤하게 바느질을 하고 있는 내 맘을 어떻게 아셨는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우린 기계가 아니잖아요"라는 말에 울었다.
요동치는 내 맘에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았고, 바느질로하는 명상이라는 말이 정말 딱 맞았다.
이젠 옷은 사지 않고 만들기로 다짐했다.
귀촌을 앞두고 자급자족 생활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해왔는데
옷도 자급자족이 가능 할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론 옷을 사 입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을 알고 나니 더 소중히 아껴서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코로나가 많은 걸 앗아갔지만,
한편으론 지리적 한계를 넘어서 수도권에 치중되어있는 문화생활들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공평하게 향유할 수 있게 되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좋은 수업이었고, 집에서 하는 취미생활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에게 강력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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