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 아론 소킨, 2020
‘아론 소킨’ 형님은 역시나 글을 잘 쓴다.
글쟁이 '아론 소킨' 은 <어 퓨 굿 맨> , <머니볼>, <소셜 네트워크>를 보면 실화 관련 이야기에도 관심이 많아 보인다.
많은 분들이 미드 <웨스트 윙>, <뉴스룸>을 통해서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은 각본가 '아론 소킨'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다만 글을 잘 쓰는 것과 연출을 잘 하는 건 미묘하지만 다르다.
이 영화는 작가로서의 ‘아론 소킨’과 감독으로서 ‘아론소 킨’의 격차를 여실히 보여줘서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영화가 별로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영화도 그의 트레이트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대사량과 빠른 리듬, 전문 어휘들의 속사포 랩이 펼쳐진다.
다만 이걸 각본으로 읽었을 때는 더 이해가 잘 되고 즐거웠겠지만,
그가 글로 표현한 만큼 화면을 보면서 펼쳐지는 상황들이 즉각적으로 이해되지 못하고 넘어가 버렸다.
그로 인해서 초반의 몰입도가 상당히 떨어졌다.
물론 내가 68년의 미국의 상황을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을 목표로 하는 영상 매체라면 배경지식 없이도 초반 세팅으로 어느 정도 이해를 시켜줘야 하지 않을까?
자신이 잘 아는 것과 그걸 잘 이해시키는 건 정말 다른 문제다.
글을 잘 쓰는 것과 연출을 잘 하는 건 두 개의 언어를 잘 구사하라는 요구와도 같다.
그래도 영화 속에 간직하고 싶은 수없는 명대사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가장 인상이 깊었던 대사는 "생각때문에 재판을 받게 되기는 처음이다"라는 '애비'의 발언이었다.
많은 이들이 마지막 정면이 <변호인>과 유사하다는 말이 많은데,
불합리한 정치 재판에서 피고인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저항은 어쩌면 사건의 본질을 돌아보게 하는 일뿐일 것이다.
그 속에서 죽어간 수많은 이들의 죽음은 결코 가려져서도 잊혀져서도 안 된다.
요즘 들어서 과거 미국의 격변기에 관해서 말하는 작품들이 많이 보인다.
얼마 전에 본 <미세스 아메리카> 도 70년대 페미니스트 운동의 열기에서 일어난 진영 간의 싸움을 그린 드라마였는데, 무척 재미있었다.
트럼프로 인해서 많은 이들이 미국의 정치사가 몇십 년을 후퇴했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아마도 그 자정작용으로 많은 예술가들이 다시금 그 후퇴된 시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은 욕망들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사회가 암울할 때 가장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말은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아프지만 맞다.
낙태 반대를 지지하는 트럼프라는 사람으로 인해 많은 예술가들이 반응했고,
박근혜로 인해서 우리 나라에도 <1987>이나 <택시 드라이버> 같은 영화들이 나오는 바탕을 마련해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예술가들은 사회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고 그에 관한 나름의 해답을 내놓은 이들이라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이야기들이 정치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사회 현상에 관해서 본인의 가치관이 묻어 나오지 않는 이야기라면
어쩌면 정말 포장만 화려한 빈 박스일 것이다.
'문화 덕질기 > 영상수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넷플릭스 추천 영화 <차인표> 모든 걸 내려놓은 인간의 최후 (0) | 2021.01.05 |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