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네이버 부동산 앱을 들락거리며 밤잠을 설쳤다.
양평 단독주택 매물은 정말 많았고,
최근엔 부동산 경기의 영향인지 급매물도 부쩍 늘어난 것 같았다.
양평 곳곳에는 각자의 사정과 필요에 따라 지어진 각양각색의 단독주택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중엔 난개발로 토목만 해놓고 방치돼 흉물처럼 변한 땅들도 적지 않다.
양평 단독주택 시세는 대략 3억 초반에서 4억 중반.
처음엔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고 느꼈지만,
막상 그 안에서 선택하려 하니 집집마다 너무 달라서 판단이 쉽지 않았다.
아파트는 공산품처럼 가격과 품질이 어느 정도 비례하지만,
양평 단독주택은 정말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이건 몇 평짜리야?"보단
**“이 집은 누가, 어떻게 살았던 곳일까?”**를 상상하게 되는 구조.
수많은 매물 중에서 예산과 위치, 조건을 고려해
우선 보고 싶은 집을 여덟 채로 추렸다.
그리고 부동산과 약속을 잡고 집을 보기로 했다.
솔직히 딱 마음에 드는 집은 없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몸으로라도 양평 집값과 주택 시세를 체감해 보자는 마음으로 나섰다.
예산을 고려해 2~3억대 주택 매물도 포함시켰지만,
사진만 봐도 상태가 좋지 않은 집들이 많았다.
오후 2시에 출발해서 해 질 무렵까지
정배리, 목왕리, 명달리, 수능리 등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돌며 하루 종일 다녔다.
그날은 물도 간식도 없이 나섰고,
갈증은 점점 심해졌는데 마땅히 살 곳도 없었다.
서울에서는 당연했던 편의점조차 없는 동네.
원래 알고 있던 사실인데도,
그 순간은 목마름보다 서러움이 더 크게 밀려왔다.
집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우리 지금 이사할 수 있을까?"
"이 집도, 저 집도 아닌 것 같아..."
자꾸만 지금 살고 있는 세 들어 사는 집이 떠올랐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지금 사는 집을 경매로 사야 하나?’
그날 본 여덟 채 중,
여섯 채는 단박에 마음에서 지워졌다.
사진보다 답답하고, 상태도 예상보다 안 좋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기대를 안 했던 두 채가 자꾸 마음에 남았다.
- 하나는 집 앞으로 작은 하천이 흐르고, 자작나무가 인상적인 오래된 단층집
- 다른 하나는 산 중턱에 위치한 바람 잘 드는 집. 내부엔 벽난로도 있었다
집을 다 본 뒤, 우리는 문호리에 들렀다.
멀긴 했지만, 그래도 가장 가까운 읍내.
짜장면, 짬뽕, 탕수육을 시켜
말없이 조용히 먹었다.
그날은 배보다 마음이 더 고팠다.
남편이 말했다.
“원래 이사하는 날엔 중국음식 먹는 거야.”
“그러니까 오늘 이걸 먹는 것도 의미가 있는 거지.”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삿날처럼 지친 하루,
그 말 한마디가 짬뽕 국물보다 더 따뜻했다.
이제는 선택의 시간이다.
감성적으로 끌리는 집과,
현실적으로 예산에 부합하는 집.
다음 글에서는
그 두 채의 집이 왜 유독 마음에 남았는지,
무엇이 아쉬웠고,
무엇이 설레었는지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집을 산다는 건, 단순히 공간을 고르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고르는 일이라는 걸
조금씩, 아주 또렷하게 느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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